1500원짜리 모나미 볼펜 아시죠? 그 회사가 이번엔 '서울의 색깔'을 입힌 프리미엄 펜을 내놨어요. 그런데 이게 단순한 굿즈가 아니라, 지자체 색채 브랜딩이 어떻게 상품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더라고요.
7월 13일부터 모나미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153 시그니처'는 서울시가 올해 발표한 2026 서울색, 모닝옐로우(Morning Yellow)를 적용한 펜이에요. 로즈골드 금박 디테일에 무광 패키지까지, 만원 안팎이던 국민 볼펜이 프리미엄 라인으로 올라선 거죠. 출시 기념으로 한 달간 10% 할인도 진행한대요.
왜 하필 '모닝옐로우'였을까
색을 고르는 데도 논리가 있어요. 그냥 예쁜 노랑이라서가 아니라, 그 색이 브랜드(여기선 도시)의 정체성을 얼마나 정확히 대변하는지가 먼저예요.
서울색은 서울시가 도시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통일하기 위해 매년 발표하는 색채 브랜딩 작업의 결과물이에요. 건물 외관이나 공공시설물, 표지판 같은 데 은근히 스며들어서 '서울다움'을 만드는 역할을 하죠. 모닝옐로우라는 이름부터가 힌트예요. 아침 햇살, 활기, 시작—이런 이미지를 색 하나에 압축해 넣은 거니까요.
여기서 잠깐, 색채 브랜딩이 왜 중요한지 짚고 갈게요. 사람은 로고나 텍스트보다 색을 훨씬 빨리, 감각적으로 인식해요. 도시가 특정 색을 꾸준히 반복 노출하면 그 색만 봐도 도시가 떠오르는 효과가 생기는 거죠. 서울색 프로젝트가 노리는 게 바로 이거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 색이 공공 영역 안에서만 머물면 확산력이 약하다는 거예요. 표지판이나 관공서 벽에만 있으면 시민들이 일부러 찾아가서 볼 일이 없잖아요. 그래서 나온 해법이 민간 브랜드와의 협업이에요. 사람들이 매일 손에 쥐는 제품에 색을 얹으면, 도시 브랜딩이 생활 속으로 훨씬 자연스럽게 스며들거든요.
공공기관 협업, 모나미만의 이야기는 아니에요
모나미가 이런 협업에 처음 뛰어든 게 아니에요.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과천과학관, 한국수자원공사, 용인시까지—이미 여러 공공기관과 손잡은 이력이 있어요. 이번 서울시 협업은 그 연장선인 셈이죠.
이건 취향이 아니라 전략이에요.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자체 브랜드를 대중적으로 노출시킬 채널이 필요하고, 기업 입장에서는 '공신력 있는 스토리'를 제품에 얹을 수 있으니 서로 윈윈이거든요. 모나미 같은 문구 브랜드는 특히 이런 협업에 잘 맞아요. 왜냐하면 펜이라는 물건 자체가 로고나 색을 표현하기 좋은 '작은 캔버스'거든요. 가격 부담도 적어서 소비자가 시험 삼아 사보기도 쉽고요.
| 공공기관 | 협업 형태 | 협업 내용 |
|---|---|---|
| 서울시 | 색채 브랜딩 제품화 | 2026 서울색 '모닝옐로우'를 적용한 153 시그니처 펜 출시 (7월 13일, 10% 할인 진행) |
| 국립중앙박물관 | 협업 제품 개발 | - |
| 국립과천과학관 | 협업 제품 개발 | - |
| 한국수자원공사 | 협업 제품 개발 | - |
| 용인시 | 협업 제품 개발 | - |
예쁜 것과 좋은 상품 브랜딩은 달라요
여기서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짚고 싶은 지점이 있어요. 모닝옐로우가 예쁘다고 해서 저절로 잘 팔리는 건 아니에요. 좋은 상품 브랜딩이 되려면 색과 디자인 요소가 '왜 이 조합인지'에 대한 답을 갖고 있어야 해요.
153 시그니처를 보면 로즈골드 금박과 무광 패키지 조합이 눈에 띄어요. 모닝옐로우 하나만 썼다면 자칫 유치하거나 가벼워 보일 수 있는데, 금박이 무게감을 더해주고 무광 패키지가 절제된 고급스러움을 만들어줘요. 색은 감성을 자극하고, 마감재는 그 감성에 신뢰를 얹는 역할을 하는 거죠.
이 조합이 왜 프리미엄으로 읽히는지 정리하면 이래요.
- 모닝옐로우: 도시의 활기와 신선함이라는 감성적 메시지
- 로즈골드 금박: 값싸 보이지 않게 만드는 소재적 무게감
- 무광 패키지: 유광 대비 차분하고 절제된 톤으로 '가벼운 굿즈'가 아니라 '소장품'처럼 보이게 하는 장치
이 세 가지가 따로 놀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로 묶이는 게 핵심이에요. 그냥 '요즘 유행하는 로즈골드 넣어볼까' 식으로 붙였다면 지금 같은 설득력은 안 나왔을 거예요.
트렌드보다 오래가는 건 정체성이에요
지자체 색채 브랜딩과 기업 협업은 앞으로도 늘어날 흐름이에요. 색 하나로 도시 이미지를 압축해 전달할 수 있고, 기업은 공공성이라는 신뢰를 빌려올 수 있으니까요. 다만 이 흐름 안에서 오래 살아남는 제품과 반짝 화제만 되고 사라지는 제품은 갈릴 거예요.
차이는 결국 하나예요. 색과 디자인이 브랜드(혹은 도시)가 원래 하려던 이야기를 정확히 담고 있는가. 모닝옐로우가 서울이라는 도시의 아침, 시작, 활력을 상징한다면, 그 색을 입은 제품도 그 맥락 안에서 소비돼야 의미가 살아요. 맥락 없이 색만 예뻐서 팔리는 제품은 다음 트렌드가 오면 금방 자리를 내주거든요.
로컬 색감이 프리미엄 상품이 되는 건, 결국 그 색이 얼마나 진짜 이야기를 담고 있느냐에 달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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